붉은 사막의 메인 퀘스트는 재미없게 제공되기 쉬운 위험한 구조라고 생각한다.

게임 자체는 훌륭하다. 160시간 넘게 플레이했고, 메인 퀘스트를 끝까지 완주했다. 전투는 박진감 있고, 세계는 넓고 볼거리도 많다. 그러나 메인 퀘스트만큼은 끝내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았다. 왜 그런지를 정리해보려 한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메인 퀘스트 경험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여럿이다. 사건과 사건 사이의 비약이 심해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고, 세계관이나 인물에 대한 맥락 정보 대부분이 메인이 아닌 사이드 퀘스트에 배치되어 있다. 메인만 따라가다 보면 게임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주요 정보를 놓치게 되는 구조다.
그 결과, 유저는 이야기에 몰입하기보다 점점 방향을 잃게 된다. 스토리를 따라가고 싶다는 내재적 동기가 약해지면, 메인 퀘스트를 계속 진행하는 이유는 자연스럽게 '컨텐츠 해금'이라는 외재적 동기로 대체된다. 이 전환이 더 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집중 조명하고 싶은 문제: 컨텐츠 해금과 메인 진행의 연결

붉은 사막에서 많은 컨텐츠는 메인 퀘스트 진행을 통해 해금된다. 트레일러에서 강조했던 드래곤이나 기계 탈 것은 메인을 진행하지 않으면 볼 수조차 없고, 마법은 메인을 완주하고도 얻을 수 없었다. 원하는 것을 즐기려면 원하지 않더라도 메인을 밀어야만 한다.
개발사 입장에서 이 구조는 분명 의도적이다. 유저가 최소한의 스토리 흐름은 따라가게 만들고, 컨텐츠 소모 속도를 조절하며, 특정 지역에 발이 묶이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다. 스토리 몰입이 이미 깨진 유저에게 '컨텐츠 해금을 위한 메인 진행'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메인의 볼륨은 크고, 은근한 성장 요구도 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원치 않는 플레이를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은 피로감을 누적시키고, 이것이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컨텐츠 소모 속도를 늦춰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 도리어 유저 이탈을 빚어내게 되는 자승자박의 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객관적 지표를 찾아보며

스팀 업적 달성률 기준으로 출시 한 달 시점, 7챕터까지 도달한 유저는 전체의 약 20%, 12챕터(완결)까지 완주한 유저는 5%에 미치지 못한다.

동시 접속자 지표는 출시 초기 대비 약 90% 감소했다. 출시 초 27만 명에 육박하던 동시 접속자 수는 최근 5만 명 대로 하락했다. 이는 출시 5주 시점 기준 엘든링보다 높은 리텐션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고, 대부분의 게임이 유저가 떠나가는 현상을 겪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성적이다.
위 객관적 데이터들이 곧 메인 퀘스트 구성 실패의 증거이자 리텐션 관리 전략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완주를 막아 컨텐츠 소모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전략일 수 있으며 실제로 얼마나 유효했는지는 내부 데이터를 통해서만 증명 할 수 있을 것이며, 동접자 하락에는 메인 퀘스트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다만 급격하게 떨어지는 리텐션과 완주율 5% 미만이라는 수치는 한 가지 가능성을 시사한다. 상당수의 유저가 원하는 컨텐츠에 도달하지 못한 채 이탈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았을까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기보다는 가볍게 생각만 해보는 정도로..
메인 퀘스트 자체에 제약을 강화하는 것(사이드 퀘스트를 일부 강제하는 방식 등)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메인퀘스트 플레이 경험 자체를 풍부하게 만들 수는 있으나 원치 않는 플레이를 강제 시킨다는 점에서는 기존 구조와 같은 방식의 반복일 뿐이다.
컨텐츠 해금과 메인 진행의 연결을 분리하는 것이 하나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해금이나 특정 전투 컨텐츠를 메인 진행이 아닌 다른 조건으로 열어주었다면, 유저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메인을 선택적으로 따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결론
붉은 사막의 메인 퀘스트 문제는 스토리 자체의 품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컨텐츠 해금과 메인 진행을 묶은 구조적 선택이, 스토리 몰입에 실패한 유저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운다. 개발사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유저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에 실패했으며, 유저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을 지나치게 크게 산정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